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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안의 아내와 담을 넘은 아내: 조선 후기 야담 속 내시의 아내들

1. 들어가며: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사람들 조선시대 내시는 궁중에서 왕을 가까이 모시는 특수한 존재였다. 궁녀와 달리 여인과 혼인할 수 있었고, 가정을 이루기도 했다. 다만 내시는 생식 능력을 잃은 몸이었기 때문에 직접 자식을 낳을 수는 없었고, 대를 잇기 위해 양자를 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내시의 아내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녀는 분명 ‘아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일반적인 부부 관계와 가문 계승의 질서 안에서는 애매한 자리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있으나 부부의 정을 온전히 나누기 어렵고, 가문 안에 있으나 자식을 낳아 대를 잇는 역할을 기대받기 어려운 존재. 내시의 아내는 조선 사회의 가족 질서 안에서 쉽게 설명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시..

야담 2026.07.09

버려진 딸이 걸었던 두 개의 길 — 신화 <바리공주> 다시 읽기

1. 들어가며: 버려진 딸이 떠난 길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가 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자신을 버린 부모가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저승길을 자청해서 나선다. 바리공주는 무장승에게 생명수를 얻어 부모를 살려내고, 그 공으로 죽은 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무조신(巫祖神)이 된다. 부모는 자신을 버렸지만 자식은 그 부모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흔히 '효'의 관점에서 읽힌다. 낳아준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지극한 효심의 이야기로 말이다. 그런데 몇 번이고 다시 읽다 보면 효라는 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 왜 하필 버려졌던 자식이어야 했을까. 왜 바리공주는 부모를 살린 뒤에 보상(나라의 절반과 재산)을 거절하고, 죽은 자를 저승..

신화 2026.07.06

말할 수 없던 자가 입을 열었다 : 조선시대 종이 주인에게 따져 물은 것들

어떤 부유한 양반이 살찐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말고삐를 잡은 종이 느닷없이 주인에게 말에서 내리라고 한다. 양반이 거절하자 종은 한 번 더, 이번엔 강압적으로 요구한다. 결국 양반은 마지못해 말에서 내려 풀밭에 앉는다. 조선시대에 종이 주인을, 그것도 길 한복판에서 끌어내린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리에 앉은 주인을 향해 입을 연다."쇤네, 오늘 죽기를 무릅쓰고 의심 나는 점들을 따지려 하니 나리께서 한번 들어보십시오." '죽기를 무릅쓰고.' 종이 입을 여는 일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그는 그 위험을 알면서도 입을 열었다.말 없는 존재가 말을 시작하다조선시대 종은 주인의 소유물이었다. 사고팔 수 있었고, 상속되었다. 종에게 허락..

야담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