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유한 양반이 살찐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말고삐를 잡은 종이 느닷없이 주인에게 말에서 내리라고 한다. 양반이 거절하자 종은 한 번 더, 이번엔 강압적으로 요구한다. 결국 양반은 마지못해 말에서 내려 풀밭에 앉는다. 조선시대에 종이 주인을, 그것도 길 한복판에서 끌어내린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리에 앉은 주인을 향해 입을 연다."쇤네, 오늘 죽기를 무릅쓰고 의심 나는 점들을 따지려 하니 나리께서 한번 들어보십시오." '죽기를 무릅쓰고.' 종이 입을 여는 일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그는 그 위험을 알면서도 입을 열었다.말 없는 존재가 말을 시작하다조선시대 종은 주인의 소유물이었다. 사고팔 수 있었고, 상속되었다. 종에게 허락..